2021년의 회고글 (‘리부트‘)을 작성한지 어제와 같은데 쏜살같이 2022년이 지나갔다. 2022년에는 예년과 달리 외부 환경의 어려움, 여러 결핍된 시간과 자원이라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더 힘차게 달려 한해를 시작하며 다짐한 목표를 어느정도 이룰 수 있었다.
돌이켜 보건데, 고집을 꺾고 나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시간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더 집중해 ‘결과 중심적인 사고’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센드버드, 그리고 나라는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다.
2015년부터 외부 활동 혹은 네트워킹을 터부시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외부 활동/네트워킹을 할 절대적인 시간과 마음의 여유의 부족하다는 점, 외부 활동을 사업적 본질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편견과, 근면성실하게 내 할일을 집중하는데서 오는 심리적 우월감 등이 복잡하게 얽혀 내 안에 두터운 껍질이 생겼었다.
올해는 미디어, 스타트업 업계, 현재 및 잠재적인 센드버드 고객과 보다 폭넓은 교류를 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선을 긋고 살던 껍질 밖의 세상으로 나와 센드버드란 회사에 가지고 있던 주변분들의 이미지, 기대감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이해의 폭을 좁혀나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결핍된 자원과 시간이 나를 더욱 발전시키다.
2022년은 상상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의 모든 악재가 겹쳐 일어났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이사회와 함께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을 만들어 가는 센드버드 뿐 아니라 한국의 대부분 스타트업에도 우리가 막연히 얘기하는 글로벌 경기 불황이 실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센드버드 극초기 (2016년)와 같은 집중력과 근무시간으로 더 몰입해서 일할 수 있었고, 공통의 목표 혹은 비전으로 팀과 하나되어, 한정된 예산에서도 여러 프로젝트를 일구거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솔직히 평가하자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유동성이 지나치게 풍부한 시기였다. 그래서 성공과 성과를 평가할 때 여러 거품이 끼거나, 지나친 선투자가 일어나는 문제도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시기와 질투, 왜곡된 의사결정도 더러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자원이 “결핍”되었기 때문에 더 작은 투자로 겸손하고 치열하게 결과를 내는 스타트업의 모습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참 즐겁고 몰입해서 일한 2022년이었다.
긴 시간이 주는 지혜와 발전이 존재하다.
횟수로 센드버드에서 8년을 보냈다. 경기 불황으로 예산 삭감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이미 각종 지표 등으로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 지금이 유례없는 (“new normal”) 불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2016년이나 2017년 정도로 회귀했다고 진단했다 (“back to normal”). 센드버드 창립때부터 교류했던 AWS 등 파트너 분들과 한단계 더 진화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는데, 이는 센드버드 팀, 고객사와의 관계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 터라, 길게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이전에는 생각치 못하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계가 진화할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수 있었다.
발전이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지 않고, 과거의 패턴이 순환되는 것을 학습 한 것, 그 순환이 일어날 때 내 마음에 일어나는 반응과 좌절, 실망과 기대와 같은 것을 보다 잘 이해한 것, 어떤 노력의 대상은 5년 이상의 긴 시간을 두고 정성을 쏟을 때, 내가 생각치 못한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 모두 이해했다 .
김치힐이 자리잡으며 내 고민이 스스로 정리되었다.
“상희형 존버의 비결은 뭐예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나와 같은 컨설팅 출신의 지인이 물어봤다. 나는 왜 이 여정을 버티고 있는걸까? 버티고 버텨 남게 되는 내 존재의 이유는 뭘까에 대한 고민이 참 컸다.
스타트업의 대표도, 창업자도 아닌, 초기 멤버라는 타이틀이 갖는 애매모호함.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역사에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세상 혹은 외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인식의 갭에서 오는 차이, 내가 생각할 때 참 뜻깊다는 경험이 더 이상 앞으로의 세상에서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센드버드가 아니라면 나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는 존재의 공허함. 센드버드 이후에 혹은 넘어선 나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김치힐의 목적과 정체성을 보다 선명히 하며,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SaaS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니치 마켓에서 포지셔닝을 쌓을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같은 여정을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창업자 분들과도 특별한 인연을 쌓을 수 있었다.
2022년 동안의 통계를 돌아보니, 조회수 기준으로 작년 대비 약 2.8배 비약적 성장을 이루었다. ‘스타트업 오퍼레이션‘과 같은 주제 외에도, ‘SaaS 스타트업의 가치평가‘, ‘생성모델‘과 같이 올해 대두된 트레드를 다루는 글을 많이 읽어주셨다. 인상 깊은 점은 가장 많이 읽은 글에 2년 연속 1위에 오른 ‘Path to $100m‘이라는 점, 방문 유입채널 1위가 검색엔진이며, 이로 인해 한국 외 글로벌 국가에서 많은 방문자가 유입된 점이다.
약 1,700명의 구독자는 뉴스레터를 꾸준히 구독해주시는데, 오픈율과 클릭율 모두 업계 평균 (Software 분야 2022년 Newsletter 오픈율 평균: 22.7%, 클릭율 2%, 출처 Campaign Monitor)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블로그 운영의 초심을 잃지 않고 구독자들이 더 지지할 수 있는 확실한 테마를 가진 컨텐츠를 추구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2023년에는 센드버드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제 막 돌이 지난 아들은 더 힘차게 뛰어놀며 아빠의 시간을 필요로 할것이기 때문에, 김치힐에 얼마만큼 시간을 쏟을지 불확실하다. 하지만, 올해도 그리 넉넉치 않은 시간에 잠을 줄여서 김치힐을 운영해왔다는 점, 시간은 ‘나는 것’ 이 아니라 ‘내는 것’이기 때문에 내게 소중한 김치힐, 김치힐의 구독자들과 2023년도 재미있는 여정 만들 수 있길 희망한다.
김치힐을 기억하고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