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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i hill

B2B 스타트업의 컨퍼런스 참여는 ‘국룰’을 따르지 않아야 합니다

프로로그 (Prologue)

고객들과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 유튜브 오프라인으로 저장한 ‘조승현 탐구생활’에서 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문화지수로 보는 나라별 차이점 5가지‘라는 클립이었는데, 다음의 포인트가 각별히 흥미로웠습니다.

출처: 조승현의 탐구생활, ‘🇺🇸🇮🇹🇰🇷🇫🇷 개인주의? 남자다움? 문화지수로 보는 나라별 차이점 5가지

‘호프스테드’라는 학자가 각 나라의 문화를 지수로 정리하였는데, 조승현 작가는 한국에 ‘국룰’이 인기가 많은 이유가, 한국 사람들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데, 사회에 변수가 많다 보니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서 사회가 만들어주지 않은 룰들을 ‘집단지성’으로 만들어내려는 본성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얼마전 1월 8일 막을 내린 2023년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을 보며, CES 참여는 이제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국룰’의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CES를 다룬 많은 국내의 매체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598개 (전체 참가기업 3200개의 19%) 기업이 참여한 ‘한국 기업의 약진과 활약’을 자랑스럽게 다루었습니다. 실제 주변 지인들의 페이스북 포스팅은 CES 참관기로 가득했으며, 한국 기업 부스 관계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방문객 가운데 적게는 20%, 많게는 절반 정도가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B2B 스타트업의 컨퍼런스 선정의 제 1 원칙은 ‘바이어’의 참여여부입니다.

센드버드에서 Head of Marketing 을 맡은 2017년 부터 2019년까지는 글로벌 전체에서 참가할 컨퍼런스를 최종 결정하였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는 APAC 지역의 컨퍼런스 참여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스비용, 출장 및 현지 체류비, 각종 부수 비용 등 컨퍼런스 참여는 B2B 스타트업의 고객 획득 채널 중 가장 비싼 채널로 악명이 높습니다.

따라서, 와이 콤비네이트 등 북미에서 성공적으로 B2B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선배들이 전한 노하우는 그 어떤 경우에도 ‘바이어’의 참여 및 발굴 가능 여부를 최우선 조건으로 삼아야 합니다.

바이어란 고위 임원이 아닌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의사결정’할 챔피언을 의미합니다.

B2B 구매는 다양한 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는 프로세스입니다. 그 안에는 실무 사용자, 그 사용자들로 구성된 팀의 임원, 우리 제품을 옹호해줄 챔피언, 찬성이던 반대던 영향력을 행사할 인플루언서, 챔피언이 의사결정한 구매 결정에 재무적 구매 여부를 결정한 이코노믹 바이어 (Economic Buyer) 이 포함되며 이를 일컬어 ‘구매의사결정단위 (Decision Making Unit)‘이라 합니다.

특정 컨퍼런스 참여를 결정할 때, 우리 제품의 실 사용자, 그 사용자의 부서 장급의 의사결정권자가 실제 전시에 참가하는지 여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종 재무적 의사결정에만 참여하는 CIO/CFO 혹은 단발성 신사업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Head of Digital Innovations 이 참석하는 컨퍼런스의 경우 실제 계약 수주로 이어지는 확률이 낮다고 많은 B2B SaaS 스타트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입을 모읍니다.

KPI는 수집한 Leads/ 체결한 미팅 숫자이며, 이를 위해 행사 당일 보다 사전 준비가 훨씬 중요합니다.

컨퍼런스의 ROI를 측정하지 않는 스타트업도 많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요즘과 같이 마케팅 및 영업 비용의 경제성이 더욱 중요한 시기에는 ROI 측정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Target account의 수집 명함 (북미에서는 명함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스캐닝한 리드 수집 수) 수를 KPI로 삼고, 이후 각 스타트업의 세일즈 사이클에 따라 해당 리드가 계약으로 이어지는 지를 추적하고, 사용 비용 대비 획득 ARR 의 ROI를 추적해 나갑니다. 이 방법의 한계는 세일즈 사이클이 1년 혹은 2년이 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어카운트의 경우 ROI 추적 및 측정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많은 북미스타트업들은 자체 웨비나 혹은 자체 기획 및 운영하는 컨퍼런스에 점점 더 많은 예산을 할당하거나, 컨퍼런스에 부스를 직접 차리는 대신 행사장 주변 호텔의 1층 카페테리아를 빌려 자체 기획 행사를 하는 등 컨퍼런스에 사용하는 비용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대형 컨퍼런스와 관련된 반사효과를 노리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노리는 글로벌 구매자의 명확한 프로파일을 대상으로 컨퍼런스 후보를 선정해야 합니다.

CES는 북미에서 열리는 테크컨퍼런스 중 그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여전히 수위의 위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스 방문자의 20~50%가 한국 사람이라는 기사, 혹은 페이스북에서 400번 이상 공유된 참관기를 보며,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 구매자를 찾기 위해 CES가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더 큰 제 걱정의 대상은 ‘글로벌 트렌드 탐색을 위한 참관자 분들’, 혹은 ‘비용 감당이 되는 대형 기업의 임원’분들이 아닌 글로벌 고객획득을 위해 값비싼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입니다.

결국 북미의 잠재 구매 기업들이 많이 참여해 우리의 파이프라인을 채워줘야 할텐데, 북미에 상장한 SaaS Startup CMO를 포함 북미의 마케팅 부문 임원으로 근무하는 실리콘밸리의 지인이 포함된 14명 정도의 의견을 구했고, 대부분이 전혀 참석을 고려하지 않거나, 과거 참석했었지만, 실제 효과가 미미해 (정확히는 “the signal to noise ratio is very low”) 더 이상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제안하는 의견은 나의 잠재 구매자의 Job title, 그리고 잠재 구매가 유력한 산업 버티컬을 명확히 이해하고, 해당 잠재 구매자가 지속적으로 참석할 영양가 있는 컨퍼런스를 지속적으로 판별하고 ‘연간 컨텐츠 캘린더’를 제작하여 운영하라는 것입니다.

센드버드의 경우, 중소형 규모로 비용 투입에 따른 확실한 브랜드 노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Job title인 Product Manager를 타겟한 컨퍼런스를 주로 노리거나;

센드버드를 자주 구매하는 것으로 검증된 산업 버티컬의 영향력 있는 컨퍼런스를 노려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사는 ‘글로벌 필드 & 이벤트 캘린더’라는 워크시트에서 관리하며, 우선순위, 영업 현장 인원 및 각 국가 (영국, 북미, 인도, 싱가포르) 현지 채용 팀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참여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컨퍼런스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혹시 유명한 컨퍼런스, ‘국룰’을 따라 참석한 컨퍼런스는 없나요? 설령 정부 지원금이 있다 하더라도 창업자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은 ‘돈, 그다음이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B2B SaaS 스타트업들에게 이 글이 참여 컨퍼런스 및 이벤트 선정 및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되길 희망합니다.

에필로그 (Epilogue)

이 글을 드래프트 해 놓고 올릴지 여부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CES참관 기업들에 제 개인의 의견으로 노이즈를 만들 여지를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B2B SaaS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되기 위해 김치힐을 만들었고, 제한적인 센드버드 경험이나마 이미 많은 분들께 참고가 되고 있다는 점, 그 제한적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등 북미의 SaaS 스타트업 임원분들의 인터뷰 혹은 자문을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해 나가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것을 여과없이 작성하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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