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은 IPO 혹은 창립 이후 트윌리오에게 악몽과도 같은 날이었습니다. 회사의 주가가 11월 4일 금요일 거래에서 하루만에 약 35% 이상 폭락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루 전 3분기 재무 결과에서 4억 8,230만 달러의 순 손실이 보고된 직후 입니다.
트윌리오 (Twilio)는 고객과 관련된 모든 커뮤니케이션 관련 제품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API/ SaaS 스타트업으로, 우리가 서비스 가입시 받아보게 되는 인증문자에 해당하는 A2P SMS API를 제공하는 선도사업자이며, 개발자들을 주요 구매자로 하는 D2B (Developer to buyer)시장을 일군 실리콘밸리의 전설과도 같은 B2B 스타트업 입니다.
센드버드에게는 채팅 및 음성/영상 통화 분야에서 경합을 하는 업계 경쟁자이며, 항상 선망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 사업과 전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최근 2년간 트윌리오의 각종 지표 추세
시가 총액 (Market Cap)

2016년 상장한 이후 가파르게 성장한 트윌리오의 시가총액은 2021년 2월, $71.2 B (약 97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2년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여 현재 $8 B (약 10조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점 대비 89%, 작년 대비 83%가 하락한 수치입니다.
매출 및 순이익

상장 이후 연간 60% 성장을 지속해온 트윌리오의 매출은 2016년 $0.27 B의 10배가 넘는 $3.4 B (3분기 매출 기준 TTM: Trailing Twelve Month)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우려되는 바는 매출이 1년 전 동기간 대비 33% 증가한 것에 반해, 순이익은 그보다 3배 더 가파르게 악화되어 전년대비 손실규모가 115%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매출 대비 기업가치의 배수 (EV/Revenue multiples)
그 결과 미국에 상장된 SaaS/ Cloud 스타트업 83개 중 Twilio는 매출 대비 기업가치 (Equity value가 아닌 Enterprise Value 기준)의 Multiple이 1.1배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83개 기업 Median value x5.7, 1사분위 그룹 21개 사 평균 x12)

트윌리오와 피어그룹 (Peer-group)간 비교 분석
여타 82개의 Cloud 및 Software 상장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도드라 지는 트윌리오의 수치가 매출 대비 기업가치의 배수이기 때문에 트윌리오의 각종 경영지표를 보다 우수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들과 비교하여 최근 주가, 시가 총액 및 기업가치 배수의 하락원인을 진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트윌리오의 지표 중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매출 총이익률입니다. 82개 여타 동종 업계 피어 스타트업들이 70%가 넘는 매출 총이익을 기록하는 것에 비해 트윌리오는 48%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서 블로그 글, ‘SaaS 스타트업 기업가치 평가를 위한 2022년 최신 지표 트렌드 분석 ‘에서 설명했 듯, Gross margin (매출 총 이익)은 SaaS 스타트업의 기업가치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 중 하나 입니다. 흔히 회자되는 ‘소프트웨어 사업의 한계 비용은 0원에 가깝다.’는 주장과 달리, 소프트웨어 사업을 운영 하기 위해선, 제품이 세상에 내어 놓기 위해 필요한 비용과, 그렇게 출시된 제품이 고객의 품에 안겨 고객이 실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비용이 ‘운영 비용 (OpEx)’ 이라면, 전자에 해당하는 비용이 ‘매출원가 (Cost of Revenue)’이며, 매출원가를 매출에서 제한 후의 수익률인 Gross margin이 높을 수록 더 효과적으로 수익을 남기고, 이후 운영 비용 차원에서 더욱 다양한 전략을 투자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합니다.
(저는 트윌리오의 내부 상황을 정확히 모르며, 아래의 주장은 공개된 지표와 분석에 근거한 제 개인적인 가설과 추정에 의한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제 주장으로 인해 투자 및 각종 의사결정을 하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트윌리오의 경우 매출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영업비용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57%), 이는 급격한 영업 및 마케팅 비용 절감에 의한 것이며, 고객획득 비용 (Customer acquisition cost)을 회수하기 위한 기간이 41개월이나 걸린 다는 것은 영업 및 마케팅 조직의 운영 효율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미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직 Net Dollar Retention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기존 고객을 바탕으로, Cross-sell/upsell 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재고하는 한편,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재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스타트업 및 SaaS포트폴리오에 투자한 VC들을 위한 시사점

과거 분석에서 밝혔 듯, 매출총이익률 (Gross margin)은 갑자기 개선하기 쉽지 않은 지표 중 하나입니다. 위의 차트에서 알 수 있 듯, ARR 규모가 작은 초기 스타트업부터 후기 스타트업/ 상장 후의 스타트업까지 매출 총이익률이 꾸준히 유지되는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형성해 놓은 가격에 대한 기대심리, 그리고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 각종 서비스의 아키텍쳐는 어느날 갑자기 변화를 주기 어려운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매출 성장률만으로 SaaS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정당화 할 수 없습니다. 레드포인트벤처스의 Tomasz Tunguz 파트너가 밝혔 듯,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SaaS 스타트업의 기업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즉,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지표로 ‘수익성 지표’가 급부상 하였고 매출 총이익률은 그 영향력이 세 배 정도 증가한 지표입니다.
이용자 지표, 매출 지표만 앞세우고 혹시 매출 총이익률, 서버 및 각종 Dev tools 등의 비용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지 않은지 진단할 때입니다. 한번 악화된 매출 총이익률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우며, 그 결과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인 트윌리오에 대해 분석해보았습니다.
모쪼록 업계의 신화와 같은 트윌리오가 다시 반등하여, 센드버드 및 수많은 API/Software 업계의 후배들에게 다시금 귀감을 주는 선도 업체로 부활하기를 응원합니다.
always th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