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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i hill

스타트업 임원들의 품위유지비

SaaS/Cloud 기반 스타트업들의 불황이 바닥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대호황기였던 2021년 말 대비, Cloud 기반의 상장사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 기준 Top2 였던 두 군데를 살펴보더라도, 매출 대비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지표가 5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이다.

유의미한 규모의 (시리즈 A 기준으로 2~30억 미만) 매출이 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런웨이를 최대한 길게 확보하기 위해, 유료화를 서두르고, 비용을 과감히 절감해야 하는데, 그 비용 절감 과정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사람과 관련한 비용이다.

인건비를 제외한, ‘사람이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동기부여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인간의 에고를 살찌우고, 보듬어주기 위한 각종 비용을 나는 스타트업의 ‘품위 유지비’라고 부른다. 현재까지도 인재에 대한 경쟁 강도는 낮아 지지 않았기에, 구성원을 위한 일정 수준의 품위 유지비는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하며, 이런 불가피한 비용을 줄일 때는 큰 구성원의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줬다 뺐는 것이 가장 치사하고 원망스러운 법이다.

다만, 일부 스타트업 대표 혹은 임원이 특권처럼 누리는 비용은 다수의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장 빠르게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회사 전체에 위기 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영역이기에 우선적으로 삭감을 고려해야 한다.

대표 혹은 임원의 비서, 뚜렷한 매출 목표와는 거리가 있는 출장 및 그 출장에서의 너그러운 비용 사용 (스타트업 임원들의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은 지금도 놀라운 부분이다), 스타트업의 그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접대비 사용이 여기에 해당되며, 임원 개인의 돈으로 지출하는 거라고 하더라도, 구성원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스타트업의 대표 및 임원은 타인에게 본을 보이라는 책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한번 높아진 입맛과 라이프 스타일은 낮추는 것이 고통스럽다. 값비싼 와인과 위스키, 골프를 치며 느끼는 여유와 낭만들. 내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과 나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의 생각은 자못다르다. 스타트업 대표는 주주와 고객, 직원들에게 공공재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그의 시간은 ‘고객과의 대화, 직원과의 대화’를 위해서 오롯히 쓰여야 한다. 또한, 내가 값비싼 와인과 위스키, 스포츠카로 나의 인스타그램을 채우는 동안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을 신경쓸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누구는 조용히 그것을 주목하며 박탈감과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일부 VC 들 또한, 스타트업에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도모하자고, 올바른 방향을 제안해야 할텐데, 오히려 그런 스타트업의 임원들을 필드나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식사자리로 초대하는 것에 대해, 돌아보고 선한 영향력에 대해 제고하였으면 한다.

스타트업은 예나 지금이나 가난하고 지루하다. 내가 혁신의 중심이어서 수많은 투자금이 몰리고, 뛰어난 인재들이 우리 회사를 위해서 일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우리를 주목해준 고객들과 함께 피땀을 흘린 동료가 있기에 이런 조약한 스타트업이 지탱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일부 임원들이 더 각별한 수고를 기울였기에, “난 이정도는 누려도 되”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스타트업 임원에게 필요한 것은 ‘품위 유지’가 아닌 오로지 고객과 직원에 대한 책무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였으면 한다.

내가 너무 엄격한 것인가라는 반성을 항상 하고 있다. 나 또한 사람이기에 변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이 글이 몇년후 나를 되돌아 향하는 화살이 되지 않길 바라며, 의지를 담아 짧은 글을 마친다.

One thought on “스타트업 임원들의 품위유지비

  1. 우연히 다른 포스팅에서 이 포스팅으로 타고 들어와 읽다가 너무 공감되어 몇 자 적습니다. 너무 탁월하고 솔직한 의견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의지 이어가시는 것을 응원합니다! – 링크드인 1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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