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초 발간한 Discover Cloud 2021에 언급된 제품주도성장 (Product Led Growth, “PLG”)에 대해 정확히 어떤 의미고 어떤 사례가 있는지 다양한 분들로부터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Discover Cloud 2021에서 언급한 주요 클라우드 기반의 SaaS 트렌드를 조금 더 자세히 다루는 블로그 글을 연재물로 내놓으려 합니다.
오늘은 제품주도 성장 (이하 “PLG”와 혼용해서 사용함)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PLG”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품주도성장이란 제품을 주요 매개체로 하여, 고객유치, 빠른 제품 경험, 고객활성화, 충성고객유지를 달성하도록 돕는 ‘시장진입전략 (go-to-market strategy)’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B2B에서는 매출 창출이 ‘단방향 (One-way: 마케팅에서 세일즈 방향)’으로 전개되며, 마케팅과 세일즈 프로세스를 따라, 어떻게 하면 고객을 우리 제품을 이해한 뒤 (aware) 사용하고 (experience), 구매 (action)하게 만들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반면, “PLG”에서는 제품을 바로 사용해보고, 즉시 제품의 효용을 체감하며 결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객확보전략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
저는 센드버드라고 하는 API 기반의 스타트업의 초기 직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북미 본사에서 Head of Marketing, VP of Operations 이라는 경력으로 7년정도의 시간을 보며, 약 2019년 말부터 PLG에 대한 논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경험해 왔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제품주도성장에 대해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일곱가지 질문들에 답해보겠습니다.
- 제품주도성장이 언제부터, 어디에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건가요?
- PLG가 단순히 ‘무료체험(Free-trial) 모델 도입하자는거 아닌가요?
- B2B에서는 세일즈 조직이 중요하다던데, PLG에서는 뭐가 근본적으로 다른거죠?
- PLG가 큰 인기를 얻는데에는 특별한 효과 혹은 이유라도 있나요?
- PLG 내재화를 도와주는 SaaS 툴들은 무엇이 있나요?
- PLG에서는 어떤 매트릭스를 측정하나요??
- PLG를 공부하기 위해 유용한 웹사이트 혹은 책이 있나요?
제품주도성장이 언제부터, 어디에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건가요?
이전에도 ‘제품주도의 고객경험’ 혹은 ‘제품주도의 조직구조’와 같은 논의는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논의되는 것과 같은 “시장진입전략” 차원의 제품주도성장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회자됩니다.
2016년 8월, 미국의 VC인 오픈뷰 파트너스 (Openview Partners)의 매니징 디렉터인 스캇 맥스웰이, “이제 전사의 제품을 제품주도전략에 맞춰 바꿔야할 시간이다 (“It’s Time to Move from Whole Product to Product-led Growth”)라는 글을 통해 제품주도성장을 소개합니다.
이후 2017년 말,Myk Pono가 그의 블로그 웹사이트에서 ‘Product-led GTM Book’이라는 15개의 시리즈물을 소개하는데, 고객경험과 라이프사이클, 제품주도의 고객 잔존효과 및 제품 확대 이용을 포함해, 지금도 유효한 통찰력을 제공하며, 제품주도성장의 광범위한 컨셉의 기틀을 잡아 나갑니다.
이후 2019년, Wes Bush의 책, ‘제품주도성장: 스스로 판매가 이뤄지는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 (Product-Led Growth: How to Build a Product That Sells itself)이 쓰여지고, 게인사이트(Gainsight), 프로덕트보드(Productboard)와 같은 SaaS 들도 앞다퉈 PLG을 시장에 소개하며 PLG가 SaaS 성장전략의 패러다임으로 인지도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PLG가 단순히 ‘무료체험’ 도입하자는거 아닌가요?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오픈뷰 파트너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300개 이상의 SaaS회사들이 PLG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무료체험’ 제공 외에도 PLG을 제품, 마케팅 및 영업 조직에 내재화 시켜 고객과 시장 가치를 극대화 한 회사로 여겨집니다. 그 회사들은 PLG의 다양한 고려사항들을 얼마나 많이 내재화 시켰는지에 서로 다른 ‘PLG성숙도 (maturity)’를 가진 그룹으로 분류되는데,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무료체험모델의 제공 여부
- 별도의 인력 (전통적인 SaaS 회사는 Customer Success Manager가 온보딩 콜을 진행함) 을 통하지 않고, 제품 내에서 온보딩 경험 제공
- 주요 의사결정에 치열한 제품 관련 분석을 배경으로 함
- 유료 결제 시, 영업 조직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구매가능한 옵션 (self-service)을 제공함
- 별도 ‘Growth team’ 인력/조직의 존재 여부
- Freemium 기능의 제공 여부
- Product Qualified Leads를 중심으로 가치를 측정하는지 여부
이와 같은 체크리스트는 제품주도성장의 주요 원칙을 알게 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PLG에서는 고객이 가장 고통스럽게 느끼는 문제, 혹은 가장 놀라움을 느낄 기술기반의 솔루션을 최대한 빠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영업인력과 번거롭게 일정을 잡고 데모세션을 진행하는 것보다, 서비스/웹대시보드 안에 온보딩 UI를 내재화시켜 빠르고 자동화된 방법을 통해 고객 온보딩을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로, 영업조직과 고객의 접점을 최소화 하고, 고객이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돕고, 고객이 느낀 가치를 거부감 없이 결제 혹은 추가 기능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Growth team도 이를 돕기 위해 (의례 Growth hacker, Growth team이 마케팅 조직으로 운영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품 관련 데이터수집에 일찍부터 투자를 해, 제품 데이터가 제품 개발 뿐 아니라, Product Qualified Leads와 같이 영업과 마케팅의 목표가 되도록 하는 점도 제품주도성장의 차별화된 원칙입니다.
B2B에서는 세일즈 조직이 중요하다던데, PLG에서는 뭐가 근본적으로 다른거죠?
불과 5년전까지만 해도, 그리고 아직도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당연시 되는 영업 및 마케팅, 가격정책과 같은 고려사항들이 PLG에서는 유효하지 않거나 전혀 다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소프트웨어회사의 매출발생은 영업팀이 ‘예산’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임원에게 세일즈 피치를 하고 성공적으로 계약을 맺음으로써 이뤄집니다.
하지만, PLG에서는 임원 혹은 CIO가 타깃 구매자가 아닌 각팀의 실 사용자들이 구매자가 될 것이며, 영업 팀 대신에, 스스로 제품을 경험하고 기능을 폭넓게 탐색할 수 있는 SSO, Documentation, Knowledge base와 같은 것들을 갖춰나가길 요구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제품을 발견하여 오가닉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웃바운드 연락을 대체할 고객 확보 채널로 SEO/콘텐츠에 더해, 일종의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로 고객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플랫폼들이 새로운 영업의 채널로서 급부상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왜 이렇게 PLG가 많이 얘기되는거지? 뭔가 특별한 효과 혹은 이유라도 있나요?
투자자들이 PLG에 열광하며 PLG에 투자하거나,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들의 PLG 이식을 위해 노력을 하는 이유는 더 빠르게 기업가치를 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일 ARR 대비 기업가치가 일반 SaaS 스타트업 대비 PLG을 중심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50% 이상 가까이 높게 거래되며, 연간 성장률과 profit margin을 더해 살펴보는 ‘Rule of 40’도 PLG 기반의 회사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된 글 읽기 – Discover Cloud 2021: 글로벌 클라우드의 트렌드를 읽다
SaaS 창업자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앞으로 PLG에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의 차트에서 알 수 있듯이, 전세계적으로 SaaS의 고객유치를 위한 마케팅 및 영업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컨퍼런스 혹은 영업을 위한 대면 미팅이 쉽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에서 경쟁적으로 영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의 상승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과거 지나치게 높은 비용으로 계약을 했거나, 코로나로 최종 고객 (End-user)의 사용량이 급감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중심으로 고객이탈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비즈니스가 타격을 입은 회사들이 실제 사용량이 구매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정리하고 있고, 이러한 소프트웨어에 대해 안좋은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PLG로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는 SaaS 들은 처음부터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거나 빠르게 고객이탈을 경험할 가능성이 큽니다.
PLG 내재화를 도와주는 SaaS 툴들은 무엇이 있나요?
PLG 도입을 도와주는 툴을 PLG Enablement software 카테고리로 분류하며, 아래와 같은 서비스들이 존재합니다. 각 분류체계와 예시 회사들의 리스트는 Headsup.ai의 최근 블로그 글을 바탕으로 G2에서 조사를 보강하여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PLG에서는 어떤 매트릭스를 측정하나요?
마케팅과 영업조직이 고객을 유치하는 전통적인 접근법에서 고객 경험 중심으로 고객확보전략이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Funnel 의 속도(funnel velocity)와 각 스테이지별 전환율(conversion)을 측정하는 대신 고객경험을 중심으로 한 Flywheel에 얼마나 선순환을 만들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관련된 글 읽기 – Storytelling Framework for SaaS Metrics
실제 PLG를 도입한 회사의 고객경험 선순환 Flywheel (예. The Product-Led Growth Flywheel)은 훨씬 더 정교할 수 있지만, 고객경험의 단계를 ‘탐색과 고민’, ‘경험 및 구매’, ‘사용 및 구매 확대’로 그 프로세스를 단순화 해볼 수 있으며, 각 단계에서 측정해야 하는 지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Time To Value (TTV) – 새로운 사용자가 ‘aha moment’에 이르기 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합니다. (예. 페이스북에서는 10일 내 7명의 사람과 친구를 맺을 경우 리텐션이 더 강하다는 아하 moment를 발견했습니다 – 출처: 17 Examples of Aha! Moments That Have Changed Product Companies Forever). ‘Aha moment’라는 것은 제품 관점에서 특정 코호트(cohort)의 리텐션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는 제품의 activation 경험을 말합니다.
- Virality – 기존 고객의 바이럴 혹은 추천으로 인해 유입된 고객측정 지표입니다. 각 고객별로 발송된 초대의 수에 초대가 실제 가입으로 전환된 전환율을 곱해서 계산합니다.
- Product Qualified Leads (PQLs) – 위에서 언급한 ‘aha moment’를 경험한 고객의 연락처를 얘기하는데, 사실 고객이 제품의 가치를 발견한 것이 하나의 경험으로 단정짓기 어려워, 여러 제품 이용 단계 별로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합산하여 만든 Engagement score 라는 것을 이용하여 PQLs 여부를 판단합니다.
- Free-to-Paid Conversion Rate – 무료체험에서 유료 고객으로의 전환된 고객을 측정합니다. 특정 코호트의 유료 고객 수를 전체 무료 체험 고객 수로 나누어 계산합니다.
- Expansion Revenue – 기존 고객이 동일한 소프트웨어에서 라이센스 혹은 다른기능을 추가 구매하거나 (i.e., 업셀), 다른 소프트웨어 제품을 구매 (예. 센드버드에서 채팅 API를 구매했던 고객이 Voice/Video 제품을 추가 구매하는 것)하는 경우 추가 매출을 기존 매출로 나누어 계산합니다.
- Customer Satisfaction/Net Promoter Score – 고객 만족도와 주위 추천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서베이를 진행합니다.
PLG를 이해하기 유용한 리소스는 무엇이 있나요?
제품주도성장을 고민하기 전에 기존 SaaS의 Go-to-market 전략과 Marketing 및 Sales funnel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길 추천드립니다. 전통적인 고객 확보 전략이 어떤 경우에 유효하지 않은지, 그리고 Unit Economics 관점에서 어떤 변화필요성이 있어서 PLG 로 전환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면 SaaS의 성장전략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을 작성하며, 다음의 리소스들에서 많은 지식과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PLG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 운영중인 SaaS, 클라우드 기반 B2B 사업의 사업성장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제 글 외 아래 사이트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길 바랍니다.
Openview Ventures:
- 2020 Expansion SaaS Benchmarks
- The Product Led Growth Market Map
- Openview Product Led Growth Index
- What is Product-Led Growth? How to Build a Software Company in the End User Era
Product-led Growth Collective
Amazon book: Product-Led Growth: How to Build a Product That Sells ItselfHeadsup.ai: Everything you need in your PLG GTM stack
Special Thanks to “Typed”
이번 글을 작성하며 레퍼런스로 삼은 사이트 및 자료가 많아, 새로운 문서작성 툴이 Typed를 활용해 봤습니다. 문서 작성에 직접 관련이 있는 리소스와 백링크를 관리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네요. 고객 온보딩과 제품경험도 제가 이 글에서 설명하는 제품주도성장에 맞게 설계되어 초기제품이지만 재밌게 사용해보았습니다.
3 thoughts on “제품주도성장(Product Led Growth)의 일곱가지 F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