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있을 미국팀과의 줌 콜 준비를 시작한다.
“어제도 7시 첫 콜을 시작으로 자정이 가까워서 퇴근해야 했는데.. “
불과 1년 전 미국에서도 미국과 한국 시간에 모두 맞춰 일해야 해 줄곧 새벽 2시까지 일하던 것이 떠올랐다. 많은 분들께 글로벌 비즈니스 운영의 노하우를 질문 받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는 어렵고 왕도(silver bullet)가 없다.

특히 요즘처럼 물리적 왕래 없이 영업이 이뤄지는 ‘팬데믹의 시대’에는 비가역적 시간을 거슬러 혹시 우리가 플립을 하지 않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가정을 해본다.

깊은 생각에 잠겨보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다. 오늘은 플립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2015년 1월, 센드버드 창업자 겸 CEO 인 김동신 대표가 ‘미국 법인으로의 전환 – Delaware Flip에 대한 방법‘라는 글을 작성한 이래, 꾸준히 증가해 온 스타트업 플립에 대한 관심은 올해 (2021년) 3월, 쿠팡의 미국법인이 미국 뉴욕에 상장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스타트업 플립에 대한 과거 글들이 주로 변호사 분들을 통해 플립의 프로세스와 주요 challenge를 다루는데 그쳤다면, 올해부터는 ‘플립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는 표현과 함께 ‘탈규제’, ‘차등 의결권’, ‘투자유치로 몸값 높이기’ 등을 위해, ‘한국을 떠난다’ 라는 수단으로 잘못 다뤄지니 자못 안타깝다.
따라서, 지금부터 “왜 미국 법인 전환 (US Flip)을 해야 하는지(why)?”, “그리고 어떻게 델라웨어 플립을 해야 하는지 (how)?”에 대한 내용을 다루되, ‘델라웨어 플립’을 마친 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의사결정이 센드버드의 여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려 한다.
또한, 후반부에는 플립의 방법론을 ‘한눈에 들어올에 수 있는 장표 (1 pager)’를 바탕으로 설명하여, 자칫 복잡하여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플립(Flip)의 여정을 보다 ‘창업자 친화적’으로 풀어내 볼 예정이다.
‘전체 시장 (TAM)’이 아닌, 가장 큰 ‘서비스 가능 시장 (SAM)’을 기준으로 시장기회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은 2021년 현재, GDP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1위인 미국과 비교 했을 때 시장 규모의 차이가 13배 (by 1,200%) ‘밖에’ 나지 않고, 미국이 한국보다 약 5.5배 인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것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수 도 있다.

하지만 GDP가 아닌, 조금 더 비교 가능한 시장인 SaaS (Software-as-a-Service) 나 Public Cloud 를 살펴보면 한국과 북미 시장과의 격차가 최대 80배로 훨씬 큰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시리즈 A, B, C의 투자 실사(due diligence)에서 경제 전문지 혹은 리서치 페이퍼에서 발간할 법한 ‘Top down 방식의 전체시장 (Total Addressable Market, TAM)조사’ 보다 훨씬 중요했던 것은 우리의 서비스를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확실한 ‘서비스 가능 고객’의 여부와 이를 통한 시장 사이즈였다. (사실 상 TAM 방식의 시장 사이즈를 받은 거의 대부분의 VC 들이 Bottom up 방식의 SAM 시장에 대한 관점을 조사해 줄 것을 재 요청하였다)

(우리는 B2B SaaS 였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가망고객 (Prospects)과 그들이 위치한 시장의 기회를 파악할 수 있었다.
- 단순히 기업/스타트업의 수가 많은 것이 아니라, 채팅과 관련하여 검증된 Use case를 내재화 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과 서비스를 보유한 고객이 많이 존재하는가?
- 그 고객들은 아직은 minor 하다고 볼 수 있는 채팅 관련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높일 수 있는가? 채팅이라는 소통이 중요할 정도로 유의미한 사용자를 보유했는가?
- 해당/유사 프로젝트를 맡은 명확한 팀과 예산이 존재하는가?
- 그 산업 및 산업의 기업 고객은 클라우드 기반의 솔루션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가?
- 자체 개발 대비, 솔루션을 통한 개발의 비교 우위를 이해하고 잇는가?
- 고객사의 재무팀이, ASP 혹은 납품형 모델, 즉 CapEx에 청구되는 모델이 아닌 OpEx에 청구되는 월별 가입 (subscription) 모델의 구매를 허용하는가?
- 위의 질문들의 답변이 모두 Yes 란 가정 하에, 소프트웨어를 유료로 이용하며, 적정 시장가격과 좋은 품질에 대한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
위의 질문은 지금까지도, 우리가 전략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어카운트를 선별할 때 이용되고 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한정된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입장에서는 집착에 가까운 디테일로 시장의 기회를 평가해야 하며,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했을 때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1 순위 시장이 미국임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SAM (서비스 가능고객)이 SOM (획득 가능 고객)이 되기 위해선, 고객에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한다.
누군가는 SEO와 디지털마케팅 등 을 통해 원격으로 고객확보가 가능하니, 꼭 미국으로의 플립 혹은 본사이전이 필수 인 것은 아니라 생각할 수 있다. 우리도 인바운드로 유입된 고객 비중이 매우 높고, 엔터프라이즈 고객 중에서도, 2017년에 계약 했던 인도네시아의 데카콘 기업 Gojek(현재는 토코피디아와의 합병으로 GoTo가 되었다)과 같이 철저히 원격 영업 방식으로 계약에 이른 사례가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판단한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B2B SaaS로 유의미한 반복판매를 일으키기 위해선, 고객의 시장에 ‘운영의 핵심 거점’을 두었어야 했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전세계적으로 SaaS/Cloud 서비스 중에서 상장 되지 않은 Private market의 unicorn 만 337개 이며, 이들 대부분이 북미를 주력 시장으로 삼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품’, ‘초도 미팅 및 이후의 관계 형성’, ‘계약에 이르는 과정’ 및 ‘일반 비즈니스 관행’ 등에서 현지의 밀착 운영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겠다.
제품 (Product management)
Client 의 기능, UI, 백엔드의 안정성과 퍼포먼스 등 제품 자체 만으로 수 많은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하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품주도성장 (Product-Led Growth) 패러다임의 급부상으로 인해 온보딩, 데모 과정, 테스트어카운트의 생성, 대시보드, 가격 문의 등 제품을 만나는 고객의 모든 접접에서의 고객 경험을 제품이라 여기고 세밀하게 차별화 하는 것이 제품 트렌드가 되었다.
제품주도 성장의 컨셉이 영업을 통한 접점 없이 구매 계약에 이르는 것이기에, 오히려 한국에서 원격으로 제품판매가 용이한 것이 아니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이미 PMF (Product-market fit)이 충분히 검증된 제품은 문화적 의존성이 적지만, PMF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주력시장에서의 문화와 현지 고객의 모든 행동을 밀착관찰한 후 제품에 담아내야 한다.
초도 미팅 및 이후의 관계 형성 (Lead generations & multi-touch attributions)
디지털 마케팅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록, Enterprise 혹은 Mid-market을 타겟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가지는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접점이 중요해지고 있다. 단 한번의 접점 (touch point)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고객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얼마나 유의미한 복수의, 반복 접점 (multi-attributions)을 만들었느냐가 최종 구매를 결정 짓는 요인이 된다. 즉, 디스플레이 광고 뿐 아니라, 웨비나에 초대하고, 동일 산업군의 고객 testimonial 비디오를 노출시키고, 컨퍼런스에서 다시 한번 우리의 부스를 방문한 고객이 확실한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일반 비즈니스 관행 (Common business practices)
현지의 비즈니스 관행을 완벽하게 이해하여, 해외 업체가 줄 수 있는 이질감을 제거하고, 현지 업체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말 디테일한 레벨로 들어가면 한국에서 이를 어깨 넘어 배워 실행한다는 것의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목적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매너를 담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게 이메일을 줄여 한 모바일 스크린에 담아내는 작문, 미팅 가능한 시간을 이메일 내에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캘린더 스케줄링을 하는 툴 (e.g., Calendly)을 이용하는 것, 적절한 화두를 꺼내며 Ice breaking을 하다가 본격적인 사업 얘기로 들어가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구매 및 계약 검토 프로세스 (Procurement and legal practices)
구매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국내 업체가 국내에 서버를 두고 국내 준거법에 따라 서비스를 하는 경우, 딜의 후반부 (보안팀의 경우 구매프로세스 초반에 구매팀과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잠재 고객사의 보안 혹은 법무팀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에서 B2B SaaS 혹은 Enterprise software를 구입하는 기업의 법무팀은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 해 영국, 싱가포르와 같이 미국의 법 내용에 부합하는 국가의 준거법을 제외하고는 매우 보수적으로 바라 보는 관점이 있다. 또한 계약에 따른 책임을 묻고 문제 가 생겼을 경우 이를 실제 집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따지기 때문에 한국에 법인을 둔 업체와의 cross-border deal을 리스크가 있다고 평가한다.
결국은 자본과 인재의 기회도 시장이 만들어 낸다.

긴 시간을 할애해 시장의 중요성을 피력한 것은, ‘획득 가능한 시장 여부’가 플립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요소이면서, 앞으로 설명할 풍부한 자본과 인재라는 측면도 시장의 기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위의 ‘그림 4’가 표현하려는, 시장의 기회가 어떻게 자본과 인재를 키우는 기회로 치환되었고, 이러한 기회를 획득하기 위해 왜 플립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하려 한다.
미국 VC의 매력도를 높이는 다양한 요인에는 투자 규모, 의사결정 속도, 다양한 VC의 수 등이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시장에 대한 충분한 학습에서 오는 자신감을 꼽을 수 잇다. 내가 미팅을 한 대부분의 venture capitalist들은 미국 시장에서 B2B API/SaaS 분야의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공 케이스를 거듭 경험하였거나, 우리와 유사 업계의 창업자 혹은 초기 멤버로 스타트업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경험하고 Exit을 한 후,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든 경우였다.
투자 이후 경영계획을 수립하였다면, 이러한 (특히 Go-to-market 부문에서의) 플레이북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A 급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미국 시장은 충분한 기회와 성공을 경험한 인재들이 넘쳐나는 화수분과 같은 시장이지만, 명심할 것은 A 급 인재를 탐내는 수많은 경쟁기업이 존재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법인이 가지는 투자와 인재 확보에서의 한계점
이러한 자본과 인재들이 한국에 법인을 둔 스타트업에 투자나 취업을 망설이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구매과정에서 고객사 법무팀의 Challenge와 유사하다. VC 입장에서는 시리즈 B나 C 이후의 후기 단계라면 몰라도,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시리즈 A 초기 투자에, 법률제도나 규제가 낯선 국가에 투자를 하는 추가 리스크를 피하고 싶어한다.
A 급 인재들 또한, 국내 상법이 제한하고 있는 클리프의 최소 기간 (2년), 그리고 법적 분쟁상황에서 이를 대처하고 결과에 대한 집행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하였을 때, 한국 법인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에서는 클리프의 최소 기간을 법령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법에서 스톡옵션은 “주주총회 결의일로부터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하여야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 클리프의 최소 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다)
플립의 실행과정과 발생 가능한 이슈들

플립을 결정했다면, 회계 및 세무 법인, 한국과 미국의 법무 법인을 직접 탐색 및 선정하여 작업에 착수하면 된다. 다만, 전환 준비, 플립, 플립 이후의 준비단계에 이르기까지 총 8단계의 세부 과정에 거쳐 플립이 진행된다는 점, 센드버드의 경우 2014년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이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이슈 혹은 세부 고려 사항은 다음과 같다.
한국법인의 주식가치 평가와 세금
매출 및 현금 흐름을 통한 기업가치 평가가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 특성 상,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순자산 가치 평가 방법을 통해 기업가치 평가가 이루어 지며, 이를 바탕으로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및 주민세 기업가치세를 지불하게 된다. (세금에 대한 정보의 정확성을 담보하지 않으니, 세금 관련 문의는 세무사를 통해 진행하길 바란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중소기업은 10%, 증권거래세는 현재 0.43%, 2023년에는 0.35%로 인하됨, 이며 주민세는 1% 언저리로 가이드를 제안한다). 외환거래신고 또한 필요할 수 있는데, 대규모의 현금이 해외로 송금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 해외투자를 위한 송금 수준을 넘지 않는 난이도이다.
주주 및 이사회 동의 취득을 위한 고려사항
한국 법인 가치 평가 후의 세금과 더불어, 주주 및 이사회의 동의 취득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2021년 벤처투자표준 계약서 소개 이후 CPS 투자가 늘긴 하였지만) 한국 VC의 투자형태인 RCPS 를 미국에서 일반적인 형태의 Convertible note 혹은 우선주로 맵핑하는 가운데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원만한 합의에 이르는 것이 쉽지 않다. 개인엔젤투자자의 경우도 엔젤투자자의 세금공제 혜택 등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주주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파악하고, 원만하게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당 IP 가 핵심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미국 본사에서도 매출을 일으키는 주력 IP 인지, 소유권을 이전할 것인지 라이센스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IP의 이전을 할 경우 가치 평가와 비용이 발생하며, 미국 법인이 100% 소유한 한국법인에 귀속되는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이후 이 부분이 문제가 되어 미국 투자 유치의 Deal breaker 가 되지 않도록 전문가의 자문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델라웨어 법인의 선호 이유
다른 주에 비해 델라웨어 법인이 선호되는 이유로 첫 번째는 회사 설립에 드는 비용, 절차 시간 등이 타주에 비해 유리하다. 또한, 회사 운영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델라웨어 주 법원의 경우 판결의 기준이 배심원제도가 아닌 판사의 판단을 따르다 보니, 배심원제도를 택할 때에 비해, (과거로부터의 판례를 통해 판결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따라서)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플립과정에서 챙겨야 하는 서류들
플립을 진행하며 챙겨야 하는 서류의 양이 방대하다. 각 국가별로 법무 법인을 선임하여 진행하되, 이를 진행하는 창업자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꼼꼼히 챙기도록 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서들이 필요하다.
주주명부 세부사항, 미국법인정보, 거래외국환은행 지정신청서, 개인, 법인 주주 및 투자조합 주주에 대한 정보, 법무법인 위임장, 주식교환계약서, 미국법인 설립이 완료된 certificate of incorporation, 한국 은행 신고용 서류 제출, 미국 및 한국법인에 대한 위임장, 서약서, 한국법인 사업자 등록증, 한국 법인 주주명부, 한국 법인 인감증명서, 주주들의 개인정보 수집, 이용, 제공 동의서 등등)
센드버드가 플립을 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까?

다시 생각해도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5년과 2016년에 경험한 한국의 고객과 투자 시장은 API 경제를 꽃 피우기에는 시기 상조였다. 물론 델라웨어 플립 자체가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위의 획득가능시장 (Serviceable Obtainable Market)을 다루며 함께 살펴보았듯, 플립 이후 실제 미국에 정식으로 진출하기까지 1년 반, 미국 진출 후 미국 내에서 유의미한 영업 실적을 달성하기 까지 또 다른 1년 반이 걸렸다.
다만, 우리의 경우 그렇게 일궈낸 시장기회가 자본, 인재 확보로 이어지며, 현재와 같이 1조가 넘는 기업가치의 B2B SaaS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다시) 그림 4 으로 돌아와, 생존을 위해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치열하게 일궈낸 결과가,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투자유치와 인재의 확보를 통한 성장으로 연결되었으며,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전세계 2억 6천만명이 사용하는 압도적 규모의 플랫폼으로 거듭 성장하여, 다른 경쟁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고객 경험을 만들어 내는 순환 고리, 즉 Flywheel 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지금 당신의 B2B Software 스타트업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어느 목표를 향해 가는가? 글로벌이란 큰 시장에서 함께 조우할 더 많은 창업자들에게 나의 작은 토막글이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올해 플립할 때 잘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