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지난 5년간 배운 성장의 스킬셋과 마인드셋

5년 6개월 간의 센드버드와 함께 한 여정이 끝났다. LA 국제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500 Startup의 매니징 파트너, 팀 채 (Tim Chae)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그와 나눈 대화 중 ‘실리콘밸리와 한국 모두를 경험한 인재는 과연 무엇이 다를까’ 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든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센드버드와 실리콘 밸리에서 성장한 5.5년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고, 실리콘밸리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의 인재와 팀 (Team)은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어떤 성장의 주안점을 두어야 할지’, 정리를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어내려 본다.

이 글은 크게 두 개의 파트, 기술적 부문 (Skillsets)과 심리/리더십적 부문 (Mindsets)로 나눠져 있다.

Skillsets: Learn by a proven playbook, play your game, then unlearn quickly

What is a playbook? 실리콘밸리의 Y Combinator, ICONIQ Capital의 Top 투자자 및 Atlassian, Adobe, Salesforce의 임원을 거친 이들과 일하며 경험한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차이중 하나는 Playbook의 유무였던 것 같다. B2B, Enterprise 혹은 Cloud를 주로 투자하는 VC들은 ARR, Gross Margin, Unit Economics로 이어지는 회사의 성장을 바라보는 기본 구조와 각 단계 (시리즈 A/B/C)에서 기업의 적정가치와 성장지표를 매칭하는 플레이북에 기반해 투자를 진행한다.

회사 내부에서, 세일즈와 마케팅으로 대표되는 GTM (Go-to-market) 부문의 경우 최초 Lead가 생겨나고, 이를 검증 (qualification), 육성 (nurturing) 하고 계약 (closing)하는 단계가 명확하며, 이 단계를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툴과 방법론이 명확히 확립되어 있다.

나 또한 이런 플레이북에 대한 사전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의 인재, 고객들과 협업 할 대 많은 적응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마치, 모두가 알고 있는 언어 (Common language)를 모른체, 나 혼자 옹알이를 하는 기분에 가까웠다. 다행히, Y Combinator, 투자자, 이곳의 다른 창업가/동료들을 통해 새로운 플레이북을 계속 익혀나가는 감사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로 진출을 꿈꾸거나, 심지어 이미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두고 사업을 키워나가는 스타트업을 인터뷰 했을 때 이런 플레이북 없이, 본인의 방법을 고집하는 분들을 뵙게 된다. 물론 그 나름의 방법에 다양한 해석과 의미가 존재하지만, 하류에서 상류로 물살을 거스르며 헤엄쳐 올라가는 글로벌 도전의 여정에 마치, 수영복 하나 없이 평소에 입던 무거운 옷을 입고 도전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글의 말미에는, Y Combinator, 500 Startup과 같은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혹은 실리콘밸리 투자자, 동료 창업가와의 교류가 없더라도 간접적으로 Playbook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과 블로그의 링크를 적어두었다.

Play your own game. 플레이북의 대략적인 내용을 빠르게 습득한 뒤, 나의 회사와 나의 목표에 맞도록 최적화를 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인사이트를 얻은 상대 회사의 영업 프로세스가 그 회사의 제품 특성상 엔터프라이즈, 즉 기업 영업 (주로 1억원 이상의 연간 계약액을 목표로 하는 기업 고객 영업)에 맞게 설계 되었다면, 나의 경우는 소형 (Small to medium) 고객 유치를 위해 어떤 영업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그 예에 해당한다. (직접 외부 영업을 하는 direct sales 조직, 인바운드로 유입된 마케팅 리드를 전환하는 inside sales 혹은 그 어딘가의 hybrid 모델 등 영업의 방식과 전략도 진화가 필요하다.)

Playbook을 최적화 하는 작업은 각 직무와 관련된 것 외, 해외 진출 시에도 고려가 필요하다. 미국의 플레이북이 한국에 적용될 때 (지금은 코로나로 쉽지 않지만) 대면 영업을 중시하는 한국의 영업방식에 맞추어 Qualifications의 시간을 보다 길게 잡고, 대신 대면 영업에서만 할 수 있는 Qualification 체크리스트와 질문을 추가하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Unlearn what made you successful very quickly. 과거 성장통에 관한 글, 스타트업 성장의 법칙과 초기 멤버들의 심리적 부상, 그리고 성장통, 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기업과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사람은 선형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내 성장 그래프의 기울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조직을 받아들이는 시점에 한발짝 보다 앞서 끊임 없이 기존의 성공방정식을 버리고 새로운 플레이북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Mind-sets: be resilient from your growth pain

한국에 있을 때 내모습, 그래서 실리콘밸리로 와서 이 곳의 인재들 혹은 새롭게 모신 임원들과 일하며 가장 부족한 나 자신을 발견했던 부분은 Mindset 부문이었다. 주로 자기 객관화와 회복 탄력성이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이 더욱 뛰어나다고 느꼈으며, 반대로 한국인으로서 부족함을 느꼈던 부분의 원인을 고찰해보았다.

실수/부끄러움을 꺼려하는 마음과 각종 방어장치들.
센드버드가 한국에서 만든 복리 혜택을 미국에 번역하여 적용하려 했을 때, 이후 미국의 Head of People & Culture 로 합류한 임원이 걱정하며 의견을 주었다.

“나이에 따라 의료 혜택을 차등화 하거나, 결혼 기념일 휴가를 주는 것들 모두 특정 나이/ 결혼 유무에 따라 차별하는 불법이야.”

첫 센드버드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만든 버전은 훨씬 더 간소했었다. 하지만 이후, 각종 문의가 잇따랐고, 그런 문의들을 모두 담고, 질문이 안 나오도록 치밀하게 잘 만들기 위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생긴일이었다. 이 대화 외에도 제품,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초기/중기/장기) 모두에 적용될 다양한 일화가 있다. 정리해보면, 결국 실수나 부끄러움, 실패를 피하기 위해 만든 전략과 실행 방안으로 기업과 정책이 무거워졌던 사례다. 스타트업은 목적지로 향하는 적당히 흐릿하면서도 선명한 그림을 가지고, 여정을 하다가 잘못된 골목에 이르기도 하고, 때로는 맨홀에 빠지기도 하며, 실패를 할 가능성이 아주 큰 여정이다. 그 여정에 실수나, 부끄러움을 회피하기 위한 각종 마음속에 방어장치들이 걸림돌이 되었다.

실패에 대해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지나치게 엄격한 모습

실리콘밸리에 대해 실패에 대해 관대하다는 인상이 있다. 사실 실리콘밸리는 실패에 대해 더욱 엄정한 결과주의를 적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 실패에 대한 조치가 대부분 리더에게 취해지며 (성과 목표가 확실한 세일즈 팀의 경우 예외), 함께 결정한 의사결정의 경우 팀 단위로 공동의 책임을 흡수하기 때문에 개인으로 향하는 실패에 대한 비난이 가벼운 것으로 그려진다.

이와 같이 실수에 대한 비난의 대상이 “당신이”, “내가”, “너희 팀이” 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이 결정이”, “그 전략이”, “우리가 가졌던 가설”이 실패 한 것인데, 자주 관찰하며 느끼는 단상은, 미국팀과 한국팀의 대화를 보면 사용하는 문장에서 사용하는 주어가 대체로 다른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는 경쟁이 심하고, 주로 실패/비난의 대상이 주로 개인으로 향하는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실패로 인해 개인이 지나치게 낙담하는 경우가 생기는 경우가 잦은 것 같다.

이로 인해 생기는 슬픈 해프닝 중 하나는, 이로 인해 개인의 심리적 안정성이 위축되고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때가 있는데, 이러한 순간을 실리콘밸리 혹은 본사의 관점에서는 “한국의 운영/리더십은 안정적이지 않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개인의 애정과 몰입이 역효과가 되어 팀의 변화나 협업을 저해하는 모습

스타트업은 폭발적임과 동시에 불연속적인 성장을 한다. 한국에서의 성장의 모습과 미국을 본사로 둔 글로벌 성장의 모습이 달랐고, 인바운드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다 direct 세일즈를 주력으로 하는 성장의 모습이 불연속적이었다. 또한,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초기 임원 및 주주 구성에서, 미국 지역의 훨씬 더 깊은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임원들이 주력이 되어 운영이 되던 결정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스타트업은 내 모든 것을 쏟아 내어야 하는 창조의 작업이며, 실패의 확률이 훨씬 크기에 항상 불안한 마음을 떠안으면서도 마음속의 확신과 열정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해야 하는 인위적인 마음의 조작이 필요한 게임이다.

그렇기에 그 변화속에서 당신이 헌신을 가지고 쌓아온 무엇인가를 무너뜨리고, 당신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애정을 쏟은 대상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빼앗겼다”, “앗아 갔다”라고 느낄 수 있다. 이 감정이 당신의 마음속에 자라나는 순간 당신의 마음은 ‘성장 모드’에서 ‘방어 모드’로 바뀌기 쉽고, 당신을 아껴 조언하려는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기 보다는 당신이 어떻게 상처를 받았고, 왜 그 의사결정이 정당하지 않고,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힘들게 헌신했는지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생각으로 치우칠 수 있다.

자기자각감과 회복탄력성

자신의 마음을 살피며, 나의 감정이 어떠한 상태에 빠져 있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때로는 어떠한 감정의 상태에 압도되면, 나 또한 그 감정의 상태가 나를 파괴적이며,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가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 감정의 상태를 추구하는 편향성이 생길 수 있다. 마음을 다잡는 것만으로는 그 상태에서 자신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예방적인 기술이 중요하며, 자신의 마음/감정의 치우침이 생겼을 때 곧바로 자각하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나의 리더십이 가장 최상의 상태에서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연습은 스스로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심리 상담가, 리더십 코치의 힘을 빌리거나, Leadership and self-deception와 같은 책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위의 문단에서 간략히 언급했 듯이, 스타트업은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없는 게임으로 느껴진다. 누군가는 그 실패가 조금 덜 마음아프거나, 다른이들에게 실망을 크게 안끼치고 회복할 수 있었겠지만, 자신의 틀/주관/확신과 열정이 큰 사람일 수록 그 실패가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듯이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그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만든 사업은 속도와 차별화된 특성을 잃을 것이기에, 빠르게 실패하고, 뼈아프게 실패하여, 그 뼈아픈 실패에서 빠르게 회복하길 기원한다. 그리고 그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인연을 주변에 두길 바란다. 나의 회복탄력성은 내가 상처에서 회복되어 더 크게 성장하길 믿고 기다려준 센드버드의 동료, 임원들로부터 비롯되었다.


미국에 지내며 도움을 많이 받은 B2B, SaaS 관련 플레이북 들

  • To be continue

One comment

  1. ‘Unlearn what made you successful very quickly, 실수/부끄러움을 꺼려하는 마음과 각종 방어장치들, 실패에 대해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지나치게 엄격한 모습’

    저에겐 세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