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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i hill

2022년 코로나 종식에 즈음해 디지털 일본을 보고 오다

2021년 말 기준 GDP 가 전세계 3위에 이를 정도로 (4.97 Trillion) 여전히 경제 대국의 위치를 누리는 일본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선입견이 있습니다. 일본은 소프트웨어나 스타트업의 발달이 한국 보다 느리며, 변화를 싫어하는 국민성,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레거시의 영향이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의 발달을 느리게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리서치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SaaS (Software-as-a-Service)와 퍼블릭 클라우드 산업 모두 이미 한국을 크게 넘어서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올림픽과 코로나로 인해 거대 기업과 정부의 디지털 변혁 (Digital Transformation)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과연 실제 일본안에서 느껴지는 디지털/클라우드의 부문의 발전은 어떨지,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센드버드에게 있어서는 어떤 기회가 존재할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월 5일에 도쿄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느낀 일본의 현재 모습과, 제가 일본의 고객, 파트너 그리고 일본에서 일하고 계신 한국 분들을 통해 듣고 배운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려합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클라우드와 DX

일본에서 택시를 타면 조수석 뒤쪽에 부착된 타블렛을 통해 광고가 끊임없이 흘러나옵니다. 놀랍게도 택시를 여러번 이용해 보았지만, 주요 광고주들이 대부분 B2B, Cloud 및 DX (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컨퍼런스의 홍보 내용이었습니다. 일본이 도착한 그 순간부터 B2B와 클라우드를 위시한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갈망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출장을 왔으니 저 듣기 좋으라고 해주신 말씀일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B2B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 세일즈포스, 슬랙, 노션도 굉장히 크게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일본 내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솔루션의 기술력이 아직은 경쟁력을 키워가는 단계에 있다고 보고 외부 솔루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검증된 B2B/ 클라우드 솔루션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었습니다.

모바일 송금서비스가 올린 총성, 디지털 일본의 씨앗이 되다

과거 일본은 현금이 없으면 여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현금에 대한 선호가 굉장히 강한 나라였습니다. 2018년 까지만 해도 지급 결제의 82%가 현금으로 이루어질 정도였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일본 출장 경험을 떠올리며, 현금을 환전해 온 저는 결과적으로 이번 출장에서 ‘타코야키’ 가게 한군데를 제외하고는 현금을 쓸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대부분의 가게에서 간편 결제 서비스를 주요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간편 결제 서비스가 자리 잡은 것에 대해 일본인 분들과 일본에 계신 한국분들 모두 공통적으로 ‘이렇게 빨리 전환 및 정착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몇몇 일본 분들은 ‘손님이 왕’인 일본 사회에서 현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음식점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쇼킹’ 하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코로나 이전) 도쿄 올림픽에 많은 관광객을 기대한 일본 정부와 기업 모두 빠르게 신용카드 및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인프라를 늘려갔으며, 이에 질새라 라인 및 페이페이 (PayPay) 와 같은 스타트업에서 간편 결제 사용시 10%를 뛰어넘는 마일리지를 제공해 빠르게 사용자를 늘려갔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의 관계자 분에 따르면, 라인페이와 페이페이가 서로 경쟁하듯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며,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금 선호 트렌드가 조금씩 허물어 졌으며,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10~20%의 마일리지를 쌓아주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간편 결제 및 송금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라인페이와 페이페이가 합병하며, 60%의 거대 시장 점유율을 가진 PayPay가 탄생하였으며 그 이용률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워크가 대변하는 스타트업 활기

위워크 재팬의 CEO를 맡고 있는 Johnny Yoo에 따르면, 일본의 위워크 지점에서도 가장 높은 비용을 자랑하는 시부야 지점은 이미 90% 이상이 채워졌으며, 신주쿠 등 다른 지점도 더욱 빠르게 스타트업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위워크의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젊은 스타트업 분들이 많은 것을 확인 하였는데, 특히 일본을 처음 진출해야 하는 해외 스타트업은 일본 내에서 사무실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위워크를 이용하는 해외 고객이 많다고 합니다. 저와 이야기한 영업팀 담당자에 따르면 본인이 관리하는 한국 출신 스타트업이 5군데 있다고 하니 한국 스타트업 분들도 이미 일본에 진출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위워크 재팬의 경우 현재 미국에 이어 전세계 매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크며, 위워크가 일본에 진출 할 당시 공동창업자 중 한명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공격적인 확대를 하여,다른 공유 오피스 (e.g., Regus, Justgo) 브랜드 대비 빠른 의사결정을 강점으로 지금과 같은 위치를 구축하였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채용의 어려움: 한국 10년 전 스타트업을 바라보듯

글로벌 1위 밀키트 브랜드인 ‘HelloFresh’ 의 일본 지사 대표인 정원님에 따르면 여전히 스타트업은 리스크가 큰 직업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에, 인재채용이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들어보면 마치 한국에서 ‘스타트업 하면 불효자가 되었던’ 10년 전 상황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해외에서 온 사업 및 기술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라쿠텐 및 라인, 소프트뱅크의 투자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이 일본에서 유능한 해외/한국 인재분들의 화수분이 된 것은 오래된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트렌드가 업무에서 영어가 더 많이 쓰이는데 기여한 것도 크다고 여겨집니다.

센드버드와 같이 B2B / 클라우드 / SaaS 시장을 위한 팀을 구축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은 더욱 흥미로운 도전과제에 놓이게 됩니다. 여전히 일본의 B2B 영업은 과거 최소 1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잠재 고객에 대해 이전 회사에서 직접 판매를 해본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일본 현지의 경력직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B2C 스타트업 대비 보다 일본에 현지화된 팀을 구축하게 되는데, 피드백 교환, 영어 및 기타 언어로의 소통, 고객과의 관계를 쌓는 사업 관행 등의 독특한 점이 많아, 한국 혹은 미국의 기준을 가지고 일본 지사를 바라보는 본사와 문화적 충돌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국뽕이 차오른다. 더욱 깊숙이 침투한 한류

가게에서 물건을 살때 점원분들이 한국 사람인 걸 확인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거나 한국 친구들이 많다고 먼저 말을 거는 일이 두 번 있었습니다. 7년 전만 해도 지하철 같은데서 한국어로 얘기할 때 눈총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큰 격세지감이 느껴졌습니다.

시부야 크로싱이라고 하는 시부야의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에 걸린 ‘강남언니 (한국 넘버원 성형 앱 강남언니, 드디어 일본 상륙)’의 옥외광고가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를 만난 세 명의 지인분들이 이 광고에 대해 얘기해주셨고, 한국회사가 아무리 성장한다고 해도 시부야 중심가의 옥외광고를 게재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본의 코리아타운으로 정착한 신오쿠보에 꼭 가보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방문하지 못했지만, 불과 3년전 LA 한인 타운에 갔었을 때 외국분들이 가득한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사업적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은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호의를 가진 젊은 층을 대상으로 채용이나 B2C 사업을 하는 회사들에게 간접적으로 benefit이 있을 거라고 얘기해주셨습니다. 간접적이라 하면, 더 이상 선입견 혹은 불이익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온 스타트업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좋은 시각을 얘기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B2B /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이런 한국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어떻게 사업적으로 풀어나갈지 아직은 관망하는 단계입니다.

임정욱 대표님이 과거 언급해주셨듯, 일본 넷플릭스를 켰는데, 10위권에 있는 컨텐츠 중 2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드라마가 순위에 올라 있어 한국 컨텐츠에 대한 광범위한 인기를 직접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방법에 대한 시선

하지만 일본의 지인들, 그리고 일본에서 사업을 하시는 일본인 스타트업 대표님들께서 해주신 따뜻한 피드백에 뼈있는 지적이 있어 담아봅니다.

일본의 경우 광고비 및 CPC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이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비용이 높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탐색하고 변화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 심해, 장기적으로 시장에 침투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야 하는데, 몇몇 한국 스타트업들은 ‘일본 공습’, ‘일시적으로 마케팅을 쏟아 붓는다’ 라는 느낌으로 사업을 하여 과연 지속성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섞인 시각이 있었습니다.

B2B로 사업을 진행하시는 분들 중에서 채널 세일즈, 즉 영업을 대행할 대리점을 찾는 대표님들의 경우는 KDDI, Mitsui, NTT와 같은 이름 높은 상류의 대리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대형 Reseller의 경우 협상, 계약, 업체 교육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설사 계약을 맺는다 하더라도 일본 내 독점 계약에 대한 계약 이해가 부족하여, 이후 분쟁에 휩싸이는 대표님도 자주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혹은 실리콘밸리와 달리 조금이라도 곤란하다는 뉘앙스가 있을 경우, (불가능한 건 아니네,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거야?라고 접근하는 미국식 방식과 달리) 시간을 두고 충분히 천천히 접근해야 해서, 잠재 고객이 보여주는 반응과 그 반응을 읽고 행동하는데 철저한 현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3년만에 다녀온 일본은 여전히 더디게 변하는 모습과, 눈부시게 변화한 모습이 공존하는 사회였습니다. 미식의 나라 답게 배달음식앱의 이용률이 높았고, 한국과 달리 주류배달도 가능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현금이 필요 없어진 일본 사회가 가장 놀라웠고, 토스가 그랬었 듯 젊은 세대가 가장 활발히 사용하는 금융 기능인 송금을 매게체로 한 사회를 이렇게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DX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디지털에 대한 열망이 있으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내재화하지 못하는 그림자도 느껴졌습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도 좀 더 젊은 세대에서 적극적인 사회 변화를 주도 했듯, 일본 사회도 그 변화의 주인공이 될 젊은층이 이미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이 한국에 있는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방향일 거라는 기분 좋은 확신을 얻은 이번 출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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