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센드버드에 입사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10년 전 오늘, 2015년 5월 30일, 역삼동의 스타트업 공간 마루180에서 제 개인 노트북을 연결해 첫 업무를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자이버’라는 이름으로 사업 소개서를 만들고, 저녁에는 ‘화덕’이라는 치킨집에서 환영회를 했던 풍경도 아직 떠오릅니다.
돌아보면, 만약 지금까지 해야만 했던 경험들을 10년 전의 제가 미리 알았더라면, 스타트업이라는 선택 자체를 망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장은 언제나 값비싼 대가를 요구했고, 때로는 그 대가가 너무 커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느낀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동료와의 이별, 가족과의 긴 공백, 셀 수 없는 밤샘 작업, 감당하기 버거운 일정과 고객의 요구사항, 동료들과의 갈등 등은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다른 스타트업이 아닌 ‘센드버드’의 특별함이 있기에 10년전에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5년쯤 지나 이 회사가 상장하고, 모두가 부자가 되어 각자의 다음 여정을 준비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깊은 의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센드버드는 저에게 인생에 단 한 번 만들 수 있는 ‘역작’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여러 개의 성공보다 한 번의 진심 어린 도전이 더 값지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이 여정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John, Joe, Forest, Brandon과 같은 동료들은 직장을 넘어 제 인생에서 중요한 관계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은 축하를 받으며 동료들과 보내는 날일 거라 예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조용한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자주 느끼던 외로움의 정서가 조금씩 옅어졌고 (혹은 어떤 의미로는 외로움과 벗삼아 잘 지내게 되었고), 관계의 충만함이 어떤 것인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의 사업적 성과, 제 위치, 인간관계, 가족의 모든 부분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지금의 삶에 충분한 만족을 느낍니다.
지난 10년은 채팅 API라는 한정된 시장에서의 치열한 도전이었습니다. 그간 애널리스트 리포트조차 주목하지 않던 이 시장에서 우리가 일궈낸 성과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는 AI 에이전트라는 더 넓은 시장에서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려 합니다.
10년 뒤, 전 세계 어느 시장, 누구와 마주하더라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센드버드가 성장해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제 여정 또한 누군가에게 용기와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