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5일 (미국시간), 텍사스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참사로 19명의 천사같은 아이들과 2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통계가 집계된 1991년 이례, 미국에서 7번 째로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총격 참사 입니다.

미국의 총기 관련 상황, 얼마나 심각한가?
BBC가 오늘 (22년 5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일 53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하고 있으며, 2020년 발생한 죽음의 약 43%가 살해사건인데, 이중 79%가 총기를 이용한 사건이라고 합니다.
2020년 한해에만 4만 5천명의 미국인들이 총기에 의해 사망했으며,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성장세에 있습니다 (2010년 대비 43% 상승). 더욱이 미국 인구 100명당 보유한 총기가 120정에 달한다는 통계는 “과연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수는 있을 것인가?”라는 절망적인 의구심 마저 들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망을 담아 미국을 바라보곤 합니다.
이러한 통계에도, 여전히 한국에 사는 입장에서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얘기일 수 있습니다. 특히 제 주변의 많은 지인들은 스타트업 혹은 테크 기업에 몸을 담기 때문에 이 보다는 혁신의 수도, 모두가 선망해 마지 않는 ‘글로벌화’의 중심인 미국의 모습이 지배적으로 회자됩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지는 미국 출장자들의 포스팅에서도 그 짜릿함이 생생히 전달되어 옵니다 (혹은 적어도 그 짜릿함을 전달하려 애씁니다).
저 또한, 센드버드와 통해 미국 진출을 이루고, 2020년 말까지 미국에서 거주하다 한국에 돌아왔으며, 지금도 복수의 팀원들을 한국 오피스에서 미국 오피스로 relocations 하고 있는 입장에서 미국이라는 시장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기회들에 대한 선망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센드버드의 플립’ 관련 글에서 공유하였듯, 시장의 크기와 기회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 사실입니다.

꿈을 꾸며 살기는 좋은 곳, 현실의 발을 딛고 살아가기엔 너무나 불편한 곳
미국의 장, 단점을 한 depth 더 파서 회고해 보겠습니다.
정말 좋은 것 – 혁신에 대한 생각과 대화, 상용화가 일상화된 곳
한국의 뉴스와 기업에서 우버에 대한 얘기가 다뤄졌을 때, 우버가 일상이 된 미국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혁신에 목말라 있는 사람에게, 미국은 기회가 강의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듯, 하류에 있는 사람이 마른 목을 하염없이 적시길 기다리는 천국과 같은 기술의 상류지 입니다.
컨퍼런스에만 가도, 팔짱을 끼고 “네가 뭔지 한번 보여줘봐”라는 수동적 태도가 가득한 한국의 스타트업 컨퍼런스와, 참여자가 나의 새로운 제품을 경험해보려는 열려있는 자세가 지배적인 미국의 테크 컨퍼런스는 극명하게 구분되는 혁신에 대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좋지만 불편함이 수반되는 것 –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인종 및 문화가 (비교적) 동질적인 한국사회에서 수십년을 peer pressure에 시달린 우리들에게 “다양성”처럼 달콤하게 들리는 말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적절한 거리둠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그 ‘다양성의 존중’은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교육수준, 즉 한국과 극명하게 구분되는 사회특성을 가진 곳에서, 상대방에 대한 그 어떤 가정도 통용되기 어려운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도 이해해야 합니다.
즉, 고상한 감상을 넘어서 ‘불편함’으로까지 다가올 수 있는 수준의 ‘다양성’이 당연히 존재하는 곳이기에, 그 불편함이 무지에 대한 분노와 폭력이 되지 않도록 하는 문화적 장치가 ‘다양성의 존중’이 아닐 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불편한 것들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서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생략합니다. 이 글의 핵심 주제는 결국 불편함을 넘어선 견딜 수 없는 고통 중 하나가 ‘총기로 인한 비극적 참사’라는 것이며, 내 삶에서 중요한 가치관이 혁신에 몸담으며 성공하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의 ‘안전’이 될 때, 미국이라는 ‘선망 그자체 였던’ 나라의 여러 모습이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이 더욱 안전할 수 있길
이번 총격 사건으로 소중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찢어지는 마음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일 것입니다. 다만, 앞선 통계가 이야기 해주듯, 이미 개선되기에는 너무나 먼 길을 와버린 미국의 총기 관련 수치는 이 상황이 나아 질 거란 희망과 낙관을 어렵게 만들고, 이 순간에도 제 주변의 지인들은 너무나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2021년은 저에게 첫 아이가 생긴 해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회사의 배려속에서 육아 휴직을 사용하며, 매일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며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2020년 가족을 위해,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올 때, 센드버드 미국 본사에서 이룬 업적을 뒤로 하고 나 자신과 앞으로의 기회가 디스카운트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컸던 것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반대로 미국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지인들의 안녕을 소망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저도 제 마음속에 오늘 가득한 슬픔과 애도를 담아, 한국/ 미국이 아닌 저와 제 소중한 사람들이 속한 사회가 더욱 안전해 지길 소망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