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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i hill

최근 ‘왜 센드버드 나가서 스타트업 안하세요?’라고 세 번 질문 받았다

최근 여러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 캐주얼한 자리를 가지며, “상희는 왜 스타트업 안하세요?”라는 질문을 듣게 되었다. 굳이 캐물어, “저 지금 스타트업 하고 있는데요? 제가 뭔가 센드버드를 나가서 나만의 스타트업을 할 것 같아 보여요?”라고 되묻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대화를 이어나가며, 그 질문이 “센드버드를 나가서 본인이 Co-founder 나 CEO로써 스타트업을 하고 싶지 않느냐?”라는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을 담은 에세이이다.

“센드버드를 나가서 본인이 Co-founder 나 CEO로써 스타트업을 하고 싶지 않느냐?”

‘창업하는 것, 생각 안 하는 건 아니야’

꼭 내가 나가서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세상에 없는 문제를 기술로 (정확히는 programmable 하게) 풀고 싶은 영역이 너무 많다. 2015년부터 7년 동안 DevOps 및 Product team 혹은 Infra 관련 툴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 부문의 운영 Software /SaaS의 구매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했고, 지금도 한국/미국을 막론하고 다양한 Cross-functional 한 조직과 일을 하다 보니 “아 이걸 내가 왜 밤 늦게까지 직접 하고 있지?” 라는 영역이 많이 존재한다.

사실 단순히 호기심을 느끼는 영역을 기회라고 보지는 않고, 내가 일을 하다 보면 멘붕이 올 정도로 비생산적이고, 나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 느끼는 불편한 영역이 존재한다.

걱정 혹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도 들지만, 함께 사업에 나설 수 있는 지인 혹은 네트워크도 있고, 자본 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쌓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일하다가 내가 답답해 죽겠는 부분이 생기면, ‘관련한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 전체 시장 (Total Addressable Market)은 얼마나 될지, 규제 이슈는 없을지, 글로벌에서의 기회가 있는지, 사람들이 해당 제품을 어떻게 첫 발견할지, 검색 엔진 및 SEO가 그 답이라면 검색 search query가 무엇이 될지’ 고민 후 그 search query로 된 도메인을 구입하고, 내 개인 클라우드 저장공간에 리서치한 결과를 묻어두는 식이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향후 5년 동안 센드버드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못할텐데 그게 좀 많이 아쉬울 것 같아.

세상에 돈이 너무 많고 흔한 것 같고 그래서 더욱 경험이 주는 가치가 희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과 같이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때면 더욱더 이런 생각이 깊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부터 센드버드에 매력적인 M&A 오퍼가 와도 (이사회 결정이겠지만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거절하고 꼭 IPO를 가보고 싶다고 얘기한 적 이 많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시작해서, 한국 외 매출을 90%을 만들고 완전한 글로벌 회사로 나스닥에 상장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꼭 한번 센드버드와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아는 지인분이 내꿈을 얘기했더니 만들어주신 미디어 아트.. 감사합니다

지금 현재 3억 명 조금 안되게 센드버드를 쓰고 있는데, 만약에 글로벌에서 10억 명이 센드버드 플랫폼을 써서 앱이나 웹 서비스 내에서 소통하고, 근데 이게 센드버드를 통해 채팅 하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B2B/Whitelabel API의 글로벌 표준이 되버리면, 은근 뿌듯하고, 이런 ‘은근 뿌듯하다’는 소소한 성취감이 인생에서 잔잔하지만 깊이 있고 오래가는 내재적 즐거움을 줄 것 같다.

스마일 맘을 하던 법인이 센드버드로 피벗할 때 채용 된 첫 직원으로 들어와서 이제 1조 정도의 Valuations의 회사가 되었다. 단순히 회사만 성장한게 아니라, 내가 볼 수 있는 풍경, 리더십, 기술적 지식과 커리어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그래서 10조 Valuations 까지 10x 했을 때 ‘어떤 풍경을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근데 그 풍경을 지금 있는 센드버드 사람들이랑 꼭 한번 같이 봐보고 싶다. 같이 성장하고 같이 잘 되었을 때, 그 과정에서 서운한 것을 착하게 그리고 원칙으로 풀어가면서 그 시기를 이겨 냈을 때, 센드버드 이후에도 오래 가는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함께 하는 320명의 사람들과 그 우정을 가지고 남은 평생을 살아가면 엄청 행복할 것 같다.

사람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어? 사람이 하는 일엔 “절대 그럴 일 없다”라는 법이 없으니깐.

그렇다. 센드버드가 사업이 기울 수도 있고, 내가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나의 마음은 항상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충동 사이에서 끊임 없이 흔들리며,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갈대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외부에 얘기 못한 많이 힘들었던 경험들로 수 없이 많이 센드버드를 나가고 싶었고, 결국 한번 퇴사를 했다 돌아왔 듯, 내겐 뼈아픈 경험도 있고, 그래서 ‘약한 내 자신’이 하는 나의 결심에 대해 스스로 의심을 거두지 않고, 겸손하게 생각하려 한다.

‘그래도 내가 센드버드를 하는 거랑 굳이 나가서 스타트업을 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일까’

여러 관점을 계속 조율하는게 도움이 되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내 주도하에 스타트업을 꾸리게 되면 아래의 장점이 있을 것 같다.

  • 제품과 비전: 내가 풀고 싶은 문제를 푸는 혹은 나에게 영감을 주는 비전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고
  • 팀과 문화: 내가 원하는 인재들과 함께 치열하게 일하고, 내가 생각할 때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건설하고 그 문화의 부흥과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 의사 결정: 의사결정의 문화, 의사결정의 질 (quality), 속도의 일관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사실 어떤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 더 빠른 성장, 센드버드 대비 더 큰 재무적 보상: 혹시 모른다. 내가 센드버드를 시작할 땐 몰랐던 것들을 이제는 많이 알고 있으니,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해 더 큰 재무적 보상을 거둘 지도.

그런데 한 번 깊게 생각해보면 내가 현재 센드버드에서 생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차이가 있더라도 ‘상당하지 않을 (marginal)’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제품과 비전: 센드버드가 첫 출범하던 당시 우리의 캐치프레이즈 였던 “Scalable and customizable chat API”가 나를 자극(exicite, not stimulate)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후 Connecting people in the digital world 라는 구호로 변해가며, ‘디지털 세상에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디지털 소통 (chat, voice and video)을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표준 서비스’가 되자는 비전이 내 가슴을 꽤 뛰게 만들고 있다.
  • 팀과 문화: 구글 파이어 베이스 제품 총괄하던 Shaliesh, 센드버드보다 훨씬 앞선 스테이지의 성공적인 SaaS 회사를 이끌었던 CRO Sam, 그리고 JIRA로 유명한 아트라시안의 Head of Marketing을 이끌 던 Sid 까지, 이런 사람들 한테 엄청 많이 배운다. 내가 우물안 개구리 였다고 느끼고 더 많이 배우고 싶다. 그리고 구성원들과 함께 만든 7 Core Values 라는 것에 기반해서 문화가 만들어지다 보니까, 회사가 Top down으로 내려준 문화에서 일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 의사 결정: 센드버드의 문화 덕분에 조금 위안이 되는 부분은,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존 또한 독단적으로 의사결정 내리지 않으며, 그런식으로 의사결정 할 여지가 이 조직엔 거의 없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회사가 성장하고 한국 회사가 아닌 글로벌 회사가 되며 내가 모르거나, 편향성을 가지는 영역이 많다는 것을 더욱 많이 깨닫는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공동의 의사결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공동’의 정의는 Consensus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Corrective’를 말하는 것이다.
  • 재무적 보상: 잘 되면 더 큰 pie가 있겠지만, 그 잘되는 확률이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PMF 단계를 넘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Death Valley‘가 어떤 모습인지 경험한 뒤에는 관점이 생긴 것 같다. 세상에 공짜 ‘pie’는 없다는 것을.

어쩌다 센드버드 자랑글일 수도 있어 스팸 당했다고 느낀 방문자 분들껜 죄송합니다.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이지만, 비슷한 질문 혹은 고민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 센드버드가 대규모 채용을 시작했는데, 2022년이 글로벌 전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계획하고 있는 분기점이 될 거라서, 혹시 센드버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 쯤 ‘커리어 웹사이트’에서 나와 맞는 회사이고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포지션이 있을지 살펴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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