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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i hill

김치힐의 2021년 회고, ‘Reboot (리부트)’

다사다난 했던 2021년이 드디어 마무리 되었다. 2021년에는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으며, 6년간 몸담은 센드버드를 퇴사했다 재입사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얻었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던 반려견을 떠나 보냈다.

그 결과 나의 정체성과 삶의 목적에 큰 변화가 생길 정도로 그 영향력이 강했던 2021년을 회고하며, Reboot (리부트)라는 화두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이 글을 남긴다.

Reboot 1 – 센드버드에서의 커리어 (Sendbird career)

2020년 11월부터 약 6개월 정도 떠나있었던 센드버드로 다시 돌아오는 결정을 하였다. 센드버드를 떠났던 이유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다면, 가족과 친구, 그리고 회사에 헌신하며 목적을 찾아보겠다는 개인적이지 않은 이유로 센드버드로 돌아오게 되었다.

2015년 센드버드가 출범할 당시 첫 직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한국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Head of Growth에서, Head of Marketing 을 거쳐 VP of Operations으로의 커리어 변화는 내게 늘 새로운 도전이라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그 ‘새로운 도전’들은 매 시기 마다 내가 쌓아올렸던 것들을 청산하고 다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을 동반하였고, 결국 나는 2020년 겨울, 그 도전을 중단하기로 한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북미 기술 스타트업의 한국 및 일본 총괄을 맡아 내가 원하는 성장의 기회, 권한, 재무적 보상 등 을 얻었지만,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아 센드버드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짙어졌다. 센드버드는 다른 어떤 회사도 대체할 수 없는, 나의 일생의 커리어, 동료들과의 우정, 가족의 지지와 행복 모두가 공존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줄곧 센드버드를 시작할 당시 회사가 1,000억 원 기업가치만 되어도 좋겠다고 거듭 말해왔으며, 이후의 나의 커리어는 보너스와 같다고 이야기 했었다. 안타깝게도, 그 안에는 내 커리어와 이름값이 빛나야 한다는 외적 동기가 전제조건으로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센드버드 안에서 내 위치가 어떻게 되던,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회사가 최소한 10억 명의 이용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10조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미국 시장에서 상장한 기술 기업이 될때까지 헌신하며 이 안에서 내 행복을 찾기로 나의 센드버드 커리어를 다시 한번 Reboot 하였다.

Reboot 2 – 가족의 중요성과 삶속에서의 우선순위

2021 9월, 첫 아이인 신 (Sheen)이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인 ‘신 (信)’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아이를 믿어주겠다는 약속과 다짐이다. 2018년, 센드버드의 첫번째 기관투자를 마치고, 너무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 던 때, 회사의 대표인 김동신 대표가 나에게 이런말을 해준 적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주셨다. 그 어머니의 절대적인 믿음이 나를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저도 상희 믿으니까, 상희도 다른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한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이 사람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을 수 있었고, 내 아들이 큰 그릇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큰 기쁨과 더불어 살아나가는 행복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아들의 이름에 ‘믿음’ 이라는 뜻을 담았다.

한국으로 돌아올 당시, 나를 망설이게 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커리어에 있을지 모르는 디스카운트 때문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한국으로의 귀국이 내 인생에서 내린 가장 훌륭한 의사결정 중 하나라고 믿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자, 내 아내의 리더십과 독립성이 발휘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가족과 친구 없이, 영어가 부족한 상황에서 남편에게 온전히 의지해야 했던 미국의 삶과 달리 아내가 주체성을 가지고 삶의 여러 도전과제들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우리 가족이 뜻깊은 파트너십 위에 구성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출산과 육아, 밍밍이와의 작별 이 모든 일생의 대소사를 겪어 내며, 한국이 가진 사회의 인프라와 편리함, 배려 깊음에 감사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이 아닌 이 모든 것들을 미국에서 겪어야 했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했을 지를 떠올리며, 한국에 돌아옴을, 그리고 2021년을 한국에서 지낼 수 있음을 큰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 글을 적는 지금, 15년의 삶을 살아내고 지금은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밍밍이의 장례식을 마친지 채 12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밍밍이는 아내가 2006년 부터 키우던 강아지로 2019년 초에 미국으로 데려와 약 3년간의 시간을 나와 함께 지냈었다.

밍밍이가 있었기 때문에 타국에서 불안한 뿌리를 내려야 했던 우리 부부가 행복한 기억과 함께 더욱 강하게 서로에게 결속할 수 있었다. 복잡하고 슬펐던 하루를 보낸 날이면, 밍밍이와 함께 레드우드 시티의 석양을 등지고 산책을 하며, 그 모든 시름을 덜어낼 수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기력이 없을 뿐, 우리 곁을 떠날 거라고 상상도 못했었는지, 지금 이 글을 적는 침대맡에 밍밍이가 더이상 함께 하고 있지 않는 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게 슬프다.

밍밍이를 떠나보내며, 사랑하는 대상이 ‘반려견’이던, ‘아이’이던, ‘여성’이던, ‘외국인’이던, 내가 판단하는 주관을 배제하고 그 대상 자체로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밍밍이는 나의 반려견이 아닌, 가족 구성원, 그리고 밍밍이 존재 자체였기 때문에 내 가슴에 소중한 사랑을심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과 사랑이 가득한 시간과 추억을 남기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장례식장에서 밍밍이를 추모하며, 함께 보낸 시간과 사진, 동영상이 아내와 나의 큰 슬픔을 조금이라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 변했고 가족 구성원이 탄생했고, 누군가와 작별했다. 2021년에 이 모든 것을 겪고 난 뒤, 처음으로 인생은 앞을 향해 쏜살같이 나아가는 화살이 아닌, 회전목마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삶이 가족의 성장과 행복을 위한 토대가 된다는 생각을 하며, 삶의 목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우선순위를 Reboot하게 되었다.

Reboot 3 – 40대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청사진

센드버드 내에서 나의 manager는 CFO 인 Joe Pagano이다. 이분을 알아 나갈 수록, 내가 이분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이분을 조금이라도 더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Joe 외에도 실리콘밸리의 수 많은 B2B SaaS/ API 회사들이 화수분이 되어, 그 안에서 수 많은 경력을 쌓고, 고객과 투자자 모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임원들이 즐비한 환경은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시기심이 날 정도로 특별한 성장의 기회로 느껴진다.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글로벌 (i.e., 북미 실리콘밸리로) 진출이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어려웠고, 언어를 극복한 뒤에는 문화적 배경을 섬세히 현지화하는 것이 힘들었고, 이후 현지에서는 정착되고 당연한 B2B SaaS/ API 스타트업의 다양한 플레이북을 내재화 하는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센드버드에서 과거와 지금 현재도, ‘내가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내 인생에는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이 있고, 그로 인한 깨달음과 변화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음을 이해한다. 이제 39세가 되어 2023년에 40대를 시작하는 내게 39세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인지 고민해 보았다.

이후 별도의 글을 통해 밝히려고 하는, 김치힐의 존재 이유 (Why Kimchi hill exists)는 B2B (B2B2C 포함) 및 B2D (Buyer to developer) SaaS/ API 분야에서 내가 직접 그리고 주변 창업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글로벌 시장의 노하우와 성공방정식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다.

그 결과, 글로벌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B2B / B2D SaaS / API 분야의 스타트업 그리고 그 안의 창업자들이 센드버드 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성장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그리고 회사 외, 창업자 및 초기 구성원들 또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성공이란 결실이 초기 구성원들에게 오롯이 전해질 수 있도록, 그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강한 실력과 지혜를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내가 40대를 보낸 이후, 이전에 센드버드 및 앞선 선배들이 겪어야 했던 미국 시장이 다른 글로벌 시장과 가진 초격차를 조금이나마 좁히고, B2B / B2D SaaS 분야에서 최소 10개의 센드버드를 넘어서는 성공사례가 나오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보람있는 삶이라고 자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나의 2022년을 그러한 40대의 청사진을 설계하는데 사용하고 싶다.

11 thoughts on “김치힐의 2021년 회고, ‘Reboot (리부트)’

  1. “상희도 다른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제게는 이미 그런 분이십니다! – Team Typed 우진

    1. 감사합니다~ 센드버드 채용도 항상 활발히 하고 있으니까 관심 있는 포지션이 있으시면 센드버드 가족이 되는 것도 좋습니다 ㅎ

  2. 김치힐님 솔직담백한 글에 큰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큰 미션을 이루시길 기도드립니다!!

  3. 범람하고 있는 짤막한 소비성 글들만 보다가 이런 호흡길고 진득한 글 보는게 오랜만이라 글남기게 되었어요. 10개의 샌드버드가 나올때까지 많은 업데이트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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